강의를 잘하려면

강의

 강의를 잘 하려면

황정민

 강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강의자가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의자가 마음이 불편하면 청중도 불편해집니다. 강단에 서면 이 강의(발표)는 중요하고, 즐겁고, 기쁜 일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이 주제를 청중에게 잘 가르쳐주어야 한다이렇게 스스로에게 주지시키고 시작하십시오. 청중은 유익한 정보를, 침착하고 즐겁게 전달하는 강의자를 좋아합니다. 강의에서 내용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전달되었나”, “강의 전후로 달라졌나도 매우 중요합니다. 강의분량과 남는 기억(실제학습)은 정비례하면 좋은데, 실제로는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이 가르치는 게 중요하지 않고, 실제 기억에 남아서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표 전 고려사항

1. 청중이 어떤 사람들인가 파악하십시오. 듣는 목표가 무엇이고, 관심 분야는 무엇이며,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가, 이런 것에 대하여 파악하고 청중 수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의사와 일반인이 섞인 경우, 안과의사와 다른 과 의사가 섞인 경우에는 슬라이드 제작 및 강의 때 적절한 용어 선택, 설명 난이도를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연습해야 합니다.

2. 발표의 목표를 명확히 정합니다.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즉 설득하고자 하는지, 어떤 행동을 유발하고자 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정보 전달인지를 결정합니다.

3. 생소한 내용을 말할수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생소한 내용을 길게 오래 말하는 건 작은 양동이에 소방호스로 들이 붓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이 많이 나오지만 다 밖으로 흘러나가 남는 게 없죠. 강의는 전달이 되어 남아야 의미가 있습니다.

4. handout을 나눠준다면 가능하면 슬라이드 순서와 handout의 내용 순서를 일치시키세요. 중요한 내용이라 청중이 적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슬라이드인데 그 내용이 handout에 있다면 알려주시고, 없다면 적을 시간을 주셔도 좋습니다.

 

슬라이드 만들 때 고려사항

1.   반드시 강의실 환경을 미리 확인하십시오. 강의실이 계단식인지 평면인지부터 확인하셔야 됩니다. 평면식이고 스크린이 높지 않다면 가능하면 슬라이드의 아래 1/3은 쓰지 말고 위 1/2 - 2/3만 쓰시는게 좋습니다. 앞 사람 머리에 가려 아래는 안보입니다. 청중이 목을 빼는지 관찰하세요 그건 슬라이드 아래 부분이 안 보인다는 뜻입니다.

2.   슬라이드 만들기 전 주최측에 스크린 크기를 확인해야 합니다. 호텔 중 스크린이 매우 작은 곳도 있어서 글자가 크지 않으면 안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3.   도입은 딱 필요할 정도만 하세요. 자신과 남의 시간을 아껴서 좀더 바로 본론으로 진입하셔도 좋습니다. 가끔 도입에 장황하게 기존 연구를 설명하고, 정작 본인의 방법, 결과는 시간이 없어서 빨리 지나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4.   강의실이 클수록 슬라이드 글자가 커야 합니다. 본인이 맨 뒤에 앉았다 생각하고 슬라이드를 만들어 보세요 가능하면 글자를 키워서 뒤에 앉은 사람도 잘 볼 수 있도록 가독력을 높이도록 가능하면 24 이상이면 좋습니다.

5.   남과 다르게 개성 있는 것도 좋지만 읽기 힘든 글자체를 썼다가 발표 장소의 컴퓨터에서 오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탤릭을 많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일단 잘 읽을 수 있는 편의성이 우선입니다. Arial, calibri 등이 고전적인 슬라이드 서체입니다. 문장이 아니면 점 찍지 마셔요

6.   명확한 단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모두가 잘 아는 것이 확실하지 않다면 약자를 쓰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가능한 쓰지 마십시오.

7.   장시간 여러 질환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 슬라이드 맨 위나 귀퉁이에 질환명을 써두시면 잠깐 다른 생각을 해서 흐름에서 쳐졌거나 너무 여러 질환에 대한 설명을 듣느라 혼란스럽던 사람들의 빠른 복귀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짧은 강의가 계속 될 때 특히 오후는, 청중이 지금 강의 제목이 뭔지도 모를 때가 있어 꼬리말이나 머리말 같은 곳에 작게 강의 제목을 써줘도 좋습니다. 증례의 임상상을 보여주실 때는 가능하면 제목을 “44/ 2달 전부터 좌안 시력감소 2주 전 심한 두통이런 식으로 넣는 게 낫습니다. 특히 여러 증례를 보여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8.   강의 시간이 길다면 슬라이드 한 장에 강의의 구성과 진행이 어떻게 된다는 걸 보여 주고 이후 다른 부분으로 넘어갈 때 이 슬라이드를 잠깐 다시 보여주어도 좋습니다. 마치 책을 읽을 때 지금 어디인지 목차를 다시 보고 확인하는 것에 비할 수 있습니다. 강의 시간이 짧더라도 구성이 단순하지 않다면 강의 시작 시 구성을 언급해주시면 청중의 머리에 목차가 들어 갑니다.

9.   강의록으로 슬라이드를 인쇄해 나눠주는 경우 슬라이드 바탕에 색이 들어가면 진하게 슬라이드가 인쇄되고 글자가 희게 보입니다. 이보다는 바탕색이 흰색이고, 글자만 인쇄되는 편이 강의록 읽기가 편한 면이 있습니다.

10. 가능하면 제목을 제목 칸에 쓰면 내용 부분이 좀더 좌측으로 옮겨질 수 있고 그럼 한 줄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11. 가능하면 한 가지 내용은 한 줄로 보여주시는 게 좋습니다.

12. 굳이 제목에 번호 두지 않고 그냥 보여줘도 되면 그게 낫습니다. 예로 제목에 2. Clinical significance라고 나오면 1은 뭐였더라, 몇 번까지 있을까 이런 생각에 생각이 흩어질 수 있습니다

13. 슬라이드나 논문에 약자를 쓸 때는 맨 처음에는 풀어 쓰고 괄호 안에 약자를 넣는 것이 좋습니다.

14. 까만 바탕에 적색 글자는 안 보입니다. 그게 사람들이 종종 강조하려다가 반대 효과를 거두는 경우이고, 까만 바탕에 잘 보이려면 노란 색이 최고입니다. 적색을 쓰고 싶으면 바탕이 연해야 잘 보입니다.

15. Indicator를 쓰는 경우 흔들릴 수 있어서 가능하면 마우스를 달라고 하셔서 마우스를 쓰시는 것이 그런 문제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6. 가능하면 강의를 마치면서 이 강의에서 꼭 알아야 할 take home message를 알려주고, 제대로 알았는지 질문을 통해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발표 시 고려사항

1.     아무리 강의에 익숙하더라도 늘 발표시간보다 미리 도착해서 슬라이드와 indicator조작 방법을 반드시 미리 확인하고 시계의 위치를 확인하십시오.

2.     미리 좌장께 인사하고, 본인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해외학회라면 본인 이름의 발음을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미리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예로 영어가 미숙하여 혹시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니 그럴 때 질문을 설명해줄 수 있을지 부탁해 두면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3.     동영상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4.     만일 막히는 저녁 시간이면 가능하면 전철을 이용하시고, 차를 가지고 가시려면 시간 여유를 충분히 두세요

5.     청중에게 예의 바른 태도를 보이십시오. 간결하게,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해야 합니다.

6.     발표의 timing과 속도를 조절합니다. 청중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발표는 전달되어야 의미가 있지 발표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시작 처음부터 빨리 쫓기듯이 강의하면 듣는 사람이 마음이 급해져서 제대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양동이에 물을 담는데 소방호스로 물을 급히 빨리 부어대면 대부분의 물이 넘치고 남는 물이 적겠지요. 시간에 맞는 분량의 강의를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하다 종치면 그 때부터 빨리 해서 결국 본론은 제대로 듣지 못하게 하는 강의도 피해야 하겠습니다.

7.     한 주제가 끝나고 다음 주제가 시작될 때 잠깐 숨을 돌려 청중에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였고 이제부터 무엇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해주시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즉 주제가 바뀔 때 청중에게 일러주시면 호흡도 조절되고 여태까지 놓쳤던 사람들이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우리가 책을 읽다가 목차를 살펴 보고 자신의 진도와 앞으로 남은 것을 확인하듯이 강의를 들을 때도 목차와 진도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8.     항상 좌중을 두루 둘러보면서 모든 듣는 사람과 한 번씩 eye to eye contact한다는 생각으로 강의해야 합니다. 대부분 슬라이드를 보여주는 강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강의자가 청중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화면을 보고 계속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가능한 가끔씩 특히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 청중을 보시고 반응을 보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9.     시간 여유가 있다면 청중에게 간혹 질문을 던져서 강의의 흐름과 집중도를 조절하시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강의 시작 후 15분이 지나면 집중도가 급격히 감소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15분마다 농담이나 긴장의 완화를 가지고 다시 강의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10.   너무 힘 써서 말하지 말고 마이크를 효과적으로 쓰세요. 힘 들여 말하면 듣는 사람도 힘듭니다.

11.   가능한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단상에 기대거나 팔꿈치를 올려놓지 마십시오. 그리고 한 다리는 구부리고 있다든지 발을 움직인다든지 하지 마십시오.

12.   indicator는 색연필이 아닙니다. Indicator를 돌리거나 흔들지 마십시오. 빙빙 돌리면 수강자의 주의가 같이 빙빙 돌아서 매우 주의를 분산시킵니다. 한 손으로 떨린다면 두 손으로 받쳐들어 떨리지 않도록 하십시오. Indicator를 많이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부분에 고정되어 안정감을 잃지 않도록 하십시오. 강의를 많이 해보지 않은 강의자일수록 마치 책에 까만 밑줄 긋듯이 indicator를 돌리고 줄을 긋곤 합니다. Indicator란 한 slide에 여러 줄 되지 않는 간단한 분량이면 안 써도 되고, 줄이 여러 개일 때 청중에게 강의자의 진도를 따라오도록 친절을 베푸는 것이므로 굳이 필요 없으면 안 쓰거나 아니면 중요한 부분에서만 표시를 해주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Indicator

l  구별되는 구조물을 가리킬 때

l  중요한 것을 가리킬 때

l  청중의 주의를 끌 필요가 있을 때 씁니다

13. 단상에 불을 켜두는 경우가 있는데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불을 끄십시오. 불이 너무 반짝거려 청중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14.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시간의 엄수입니다. 시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면 주최측에 물어 어느 정도의 시간 내에 하길 원하는지 알아보시고 시작할 때 반드시 강당의 시계로 시작 시간을 보아 두어야 합니다. 드물게 시계가 없는 강당이 있는데 이 때를 대비해서 약간 큰 시계를 가지고 가셔서 단상에 놓아 두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5. 발표할 때 가능하면 간결하고 정확하게 말하도록 발성연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 사용요령은

A.     마이크를 입으로부터 15cm 정도 떨어진 곳에 비스듬히 위치시켜서 숨소리, 기타 잔향이 마이크를 타지 않도록 합니다. 마이크가 너무 입과 가까우면 원하지 않는 숨소리 등의 기타 잡음이 커집니다.

B.     목소리를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게 유지하며, 가능한 입과 마이크 사이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특별히 강조하지 않을 때는 소리 크기가 일정하도록 유지합니다. 조심할 것은 슬라이드를 보고 강의할 때 몸을 돌려 이야기할 때와 몸을 똑바로 해서 이야기할 때 소리 크기가 다르고 대개 똑바로 인 경우는 너무 커질 수 있어서 특히 가까이 있는 사람은 너무 강한 소리로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몸 위치에 따라 마이크를 같이 움직여서 고른 소리를 내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C.     목소리의 크기와 속도가 어느 정도 일정해야 듣는 사람이 피곤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빨라졌다가 느려지거나, 특별히 강조하는 것 같지 않은데 tone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면서 떨리기까지 하면 청중이 불편합니다. 강조할 부분이 아닌 부분은 비교적 일정한 속도, 크기로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D.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크기(특히 약간 작은 목소리)와 속도로 하는 강의는 상당히 지루할 수 있습니다. 청중의 긴장도를 높였다가 낮추었다가 어느 정도 청중의 긴장 상태를 조절해가시면서 하셔야 합니다. 

E.     마이크를 잡고 하는 경우 줄을 한 번 정도 감아서 돌려 잡으면 훨씬 안정되어 보입니다만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발표 후 고려사항

강의가 끝난 후 feedback을 구하십시오.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하는 사람 말고, 솔직하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강의를 듣기가 어떠하였는지, 부족한 것은 없었는지 확인하십시오.

 

기타 참고사항

l     여성 강의자의 경우 “…”, “…구요.” 등의 표현을 많이 써 여성임이 뚜렷해지기도 하며 한편 어린이들이 쓰는 표현을 듣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충분히 생각하셔서 말을 선택하십시오. 또한 너무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또렷하고 어느 정도 이상의 크기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l      ”, “그러니까”, “”, “지금”, “이제등의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혀를 차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고, 긴장할 때의 버릇은 가지가지입니다. 자신의 강의를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이 본인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습관을 아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강의법에 대해 이대 소아과 이근선생님께서 “presentation에 살고 presentation에 죽는다.” 이런 각오로 한 번 한 번의 강의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강의를 망쳤다고 너무 괴로와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실패를 통해 배우면서 성장합니다. 누구나 발표할 때마다 부족함을 느낍니다. 누구나 잘못할 때가 있지만, 계속 나아지는 사람이 있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자가 되면 됩니다.

댓글 쓰기